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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라마 창작 과정의 변희경 강사 󰊱

  •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 2025.04.17
  • 조회 84


드라마작가 1



Q.강사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4월부터 용산여성인력센터에서 드라마 창작 강의를 하게 된 변희경이라고 합니다. 20년 넘게 드라마를 연구하고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변작가보다는 희경작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작가보다는 드라마 기획 및 개발을 주로 하고 있고,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Q. 전공이 문예창작이신데, 혹시 중고 시절 문학소녀였을까요?

 

문학소녀라니요. 문학소녀들이 서운해할 이야기입니다. 저는 MBTI 대문자 T입니다. 외계인을 믿었던 제 꿈은 언제나 한결같았습니다. 천문학도가 되는 것이었죠. 별을 너무 좋아해서 어릴 적 마당에서 별을 보며 잠들곤 했거든요. 학교생활과 공부에 영 취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공부 대신 제 십대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데, 그것이 각종 책과 영화였죠. 상상력과 문장력만 늘더라고요.

 

학교를 싫어해서 학교 대신 남산도서관이나 미국 문화원, 프랑스 문화원, 독일 문화원에 갔습니다. 학교는 정학당하지 않을 만큼만 출석일을 딱 맞춰서 갔고요.

제가 가끔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뤘어요. 제가 팬레터를 대신 써주면 거의 100% 확률로 답장이 왔거든요. ‘별밤’, ‘2시의 데이트같은 곳도 제가 대신 써준 글들이 거의 방송을 탔어요.

 

그런데 어느 날, 3 때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너는 작가가 아니면 할 일이 없다라며 대학 원서를 문창과가 아니면 써주시지 않았어요. 그 선생님이 시인이셨거든요. 문창과를 나오신 분이시라면 아실 거예요. 지구상 모든 학문을 다 공부하는 곳이 문예창작학과라는 것을요.

문예창작과에 가서 깨달았어요.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구나, 글쓰기를 좋아하는구나라고요. 그렇게 공부하기 싫어하던 제가 좋은 시를 쓰겠다고 시집 백 권을 필사했습니다. 그냥 저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문학소녀가 된 것은 대학교 입학 후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Q. MBC 신인작가 20인 중에 한 명인데, 이렇게 당선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 방송(드라마 등)에 참여하나요?

 

공모에 당선되면 공모에 당선된 방송국과 1년 동안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편씩 습작을 써냅니다. 그 습작을 방송국 감독들과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이 모여 합평합니다. 그러다 감독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단막극으로 방송됩니다.

 

저보다 더 선배 작가님들은 단막극 몇 편이 방송되면 자연스럽게 미니나 연속극 작가로 입봉했어요. 단막과 미니 이상의 작품은 많이 달라요. 단막이 작품성만 본다고 한다면, 미니나 연속극은 작품성보다는 대중성, 즉 시청률을 훨씬 더 많이 봅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16, 150회를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느냐, 아니냐를 많이 보는데, 솔직히 단막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방송사에서 단막극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을 기존 선배님들의 미니 시리즈나 연속극에 보조 작가로 적극 투입해서, 긴 장르의 호흡을 배우고 시청자들과 어떻게 교류하는가를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전에는 각 방송사가 좀 더 안정적인 작가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미였죠.


드라마작가 2

근데 요즘은 또 달라졌어요. 요즘 친구들은 보조 작가를 안 합니다.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혔다 싶으면 자기네들끼리 대본을 뚝딱 써서 드라마를 그냥 만들어 버려요.

요즘은 채널이 많잖아요. 유튜브, 틱톡 등등요. 자기네들끼리 드라마 제작 회사를 만들어서 숏폼을 찍어서 바로 올려 버려요.

 

요즘은 작가가 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옛날처럼 너무 애쓰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작가가 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된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시장이 유연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물이 흐려졌죠.

 

방송국 공모는 양질의 작가를 걸러내는 일종의 기준이었으니까요. 요즘은 또 AI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세상이라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열려 있습니다.

 

AI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스토리의 시대라는 것이거든요. 드라마나 소설, 영화가 아니더라도 AI와 함께 공존하려면 스토리를 만들 줄 알아야 도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 시대는 창조자, 창작자의 시대인 것입니다.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상상하고 AI 도구들을 이용해 실현해 나가는 세상이 온 것이죠.

 

이런 세상을 맞이하기에 드라마 스토리텔링을 배우는 것은 아주 필요하고 적합한 수업이죠.

 

드라마를 쓴다는 것은 세상을 하나 창조하는 작업인데, 이 경험이 앞으로 펼쳐질 AI 세계를 살아가는 데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여러 드라마 작가로도 참여하시고, 영화 각색도 하셨는데, 다 소중하겠지만 그래도 한 작품을 꼽으라면?

 

 

딱 한 작품을 꼽으라면 남자를 믿었네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로서 제 정체성을 갖게 해 준 작품입니다. 주찬옥 선생님은 제 드라마 선생님이자 은사님이신데, 선생님께서는 제 글을 볼 때마다 늘 걱정하셨습니다. 비대중적이라고요. MBC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날도 주찬옥 선생님과 남자를 믿었네기획 및 대본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만들려는 전개를 막 반대하시더라고요. 도대체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비대중적이라서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비대중적인지 아닌지는 방영되어 봐야 아는 것 아니냐고 따졌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그래, 좋다. 한번 봐보자.” 하시며 내기를 하듯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응이 안 좋으면 중간에 조금씩 바꾸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드라마작가  3

 

 

그런데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제가 쓴 전개에 대한 반응이 엄청 좋았습니다. 방송국 자체에서도 왜 반응이 좋은지 의문을 가졌죠. 그래서 당시 MBC 드라마 국장이셨던 이은규 국장님께서 MBC, KBS, SBS 드라마 감독들을 불러 모아놓고 물어보셨답니다. “왜 반응이 좋은 거냐?”라고요. 이 국장님 말씀으로는 아주 집중 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집중 토론 후 나온 결론은 여태까지 나왔던 TV 드라마의 사랑 방식이 아니다. 완전 새로운 것이다. 여태까지는 우리들의 사랑이었다면, 저 드라마의 사랑 방식은 나의 사랑이다.

 

너와 내가 하는 우리의 사랑이 아닌, 내가 하는 의 사랑이다. 이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완전히 먹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더욱 작가주의 작가로 방송국에서는 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그다음부터 독특함, 유니크함, 캐릭터 플레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영화감독이나 작가분들이 도움을 많이 요청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작가보다는 작품 전체를 보고 디렉팅하는 크리에이티브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남자를 믿었네는 제게 작가로서 인정을 받은 작품임과 동시에 살짝 다른 길로 가게 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 작품이었죠.

 

그래서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요 몇 년 사이 번아웃이 와서 그냥 무작정 놀았습니다. 글 쓰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 청년들이 많이 가는 문토플립이라는 곳을 자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청년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좀 들었습니다. 요즘 2030세대들이 취미 생활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너희는 왜 그렇게 취미에 빠져 사는 거니?”라고요. 그랬더니 청년들이 마음이 공허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꿈은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막연하잖아요. 도대체 뭘 해야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일까?라고 제가 되묻기도 하는데, 딱히 답이 없어요. 삶은 참 이상합니다. 고민은 꼭 삶 속에서 얻어지죠. 작년 어느 날부터 지인들에게 연락이 많이 옵니다. 한결같이 요즘 뭐 하냐?”고 묻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좋은 어른단체를 만들고 있다.좋은 어른이란 우리 같은 중장년들이 그동안 쌓아 왔던 삶의 경험이나 재능을 MZ세대들과 함께 공유하고 기부하는 모임이다.”라고요. 그러면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세상에 할 일은 좋은 작가를 길러내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쓸데없는 것 하지 말고 네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것을 해라. 작품 해라.”라고요.

 

묘하게 글은 그 사람 자체입니다.

 

드라마 창작 수업을 통해서는 좋은 스토리를 쓸 수 있는 작가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작가가 꼭 책을 내고 방송에 나와야만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기 언어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가이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현재로서 저의 가장 큰 포부입니다.



인터뷰 회는 드라마 작가 입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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