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용] 용산인 2탄 4](/cmsdata/web_upload/dext5editordata/20250423/20250423_111505843_22986.png)
Q. 어른들이 이야기하길 “내가 살아온 인생은 책 한 권은 나온다”라고 하시잖아요. 누구나 자기 인생을 스토리텔링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살 텐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솔직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 때문에 글을 많이 꾸미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방어 본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솔직함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요. 사람들이 반응하는 솔직함이란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숨기고 싶었던 부분들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들을 울리는 것이거든요. 일단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비밀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으세요. 그것이 된다면 글을 잘 쓰는 것 정도가 아니라 천재가 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하하. 무조건 솔직하십시오.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내가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었던 그 어떤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거든요. 이것을 고급스럽게 포장하면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 ‘폭싹 속았수다’의 임상춘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냥 자기 욕망에 굉장히 솔직해지면 됩니다. 자기 욕망에 솔직해지면 타인을 평가하는 일에 관대해집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게 되죠.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는 삶을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고, 이렇게 되면 명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Q. 요즘 AI가 글도 써주고 작곡도 해주는데, 한 자 한 자, 한 문장 한 문장~ 인고의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장편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단편이든 장편이든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만큼 자신의 부족함과 마주하는 작업도 드물죠. 이 부족함을 통해 내가 알고 이해하고 있는 인간이 정말 별로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만들고 세상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내가 만들어 낸 인물들이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인물들을 안 쓰게 되고, 작품들은 협소해집니다. 이를 자각하는 순간 엄청난 좌절감이 밀려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이 세계 안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가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저절로 겸손해지죠. 겸손이 왜 중요하냐면, 자기를 내려놓아야 남의 말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글은 자기 수행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돈을 내고 수행하고 명상하고 참선하지만, 글을 쓰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노트와 펜, 혹은 컴퓨터만 있으면 저절로 자기 수행을 하게 됩니다.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로 보게 됩니다. 또 글은 자기만 봐서는 안 됩니다. 특히 드라마는 많은 인간 군상들을 써야 하는 작업입니다. ‘쓴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작업인데, 이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에너지를 타인에 대한 이해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몹시 고통스럽고 외롭고 고독하지만, 이 과정을 통과하면서 하나를 완성해 내면 정말 짜릿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라는 존재를 극복한 것이니까요. 이 과정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를 못합니다. 중독됩니다. 그만큼 글은 강력하고 힘이 셉니다. 왜 이렇게 강력하냐면, 중독 끝에 있는 것은 바로 위안과 위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냈다’는 위안과 위로, 많은 사람들을 써 내려가면서 갖게 되는 인간에 대한 이해, 세계에 대한 공감. 글을 써 본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이것들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고 풍성하게 만드는 일인가를요.
모든 작가가 다 명예나 큰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삶에 대한 위로, 나에 대한 자부심, 그것을 만나는 가장 솔직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기도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블로그용] 용산인 2탄 5](/cmsdata/web_upload/dext5editordata/20250423/20250423_111601215_21835.png)
Q. 드라마 작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저에게 오십시오. 하하하. 창작은 모방에서 온다고 하잖아요. 일단 많이 보세요. 장르 구분하지 말고요. 보다 보면 자신이 많이 보는 장르가 있을 거예요. 경험상 많이 보고 재미있어 하는 장르를 잘 쓰게 됩니다. 그래서 작품 분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작품 분석을 하면서 좋은 작품이 갖는 구성이나 스토리 라인, 캐릭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무엇에 흥분하는가를 살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이 관찰하십시오. 특히 인간을요. 글이라는 것이, 특히 드라마는 많이 쓴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인간을 많이 알수록, 내가 이해 가능한 인간이 많을수록 풍성하고 좋은 드라마를 쓰게 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드라마는 인물과 인물 사이에서 나오는 감정을 그려내는 장르거든요. 사람들은 사건이나 상황에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나 사건 속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인간 관찰, 나의 관찰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많이 써야죠. 사실 저 위의 인물 관찰은 쓰면서 같이 병행해야 할 것들인데, 순서를 정하자면 일단 인간 관찰 일지를 써 보는 것이 먼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찰 일지라고 하니까 되게 거창한 것 같은데, 오늘 만났던 사람들 중 자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 거잖아요. 그 사람이 했던 행동이나 특히 말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고치지 말고 그 사람이 했던 말 그대로 옮겨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드라마에서 가장 필요한 캐릭터 모음집이 됩니다. 그리고 생생한 대사도요. 그 언어가 곧 캐릭터이니까요. 이 작업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필사입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본집을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필사를 해보는 것입니다. 필사는 드라마에 필요한 구성을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 길입니다. 요약하자면 관찰 일기와 필사, 그리고 이것이 된 다음에 습작 이 순서가 되겠습니다.
![[블로그용] 용산인 2탄 6](/cmsdata/web_upload/dext5editordata/20250423/20250423_111623999_99889.png)
Q. 참여하고 싶은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듯한데...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어렵게 생각하자면 한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자면 한없이 쉬운 것이 세상만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해봐야 아는 것이니까 일단 해보세요. 일단 써보세요. 뭐든.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해보고 싶다는 것이니까 용기를 갖고 도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선생님이 강의하는 드라마 작가 과정 소개와 교육 운영 방향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저는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드라마 수업을 지향합니다. 드라마라는 것이 아카데믹한 장르가 아니거든요. 쉽고 재미있는 분야거든요. 이 장르에 맞게 쉽고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착안해 낸 것이 흥행된 드라마 분석하기를 수업에 넣은 것입니다. 흥행되거나 회자된 드라마는 꼭 있거든요.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요소가. 이 요소들을 통해 드라마의 기본기를 배우고, 이 작품들을 응용해서 창작 실습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창작이 어려운 것이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인데, 흥행을 이끌었던 요소들을 레퍼런스로 삼아서 창작 실습을 해 가는 과정을 기초반에서 할 예정입니다.
이 방법은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드라마 리뷰어가 되고 싶은 사람들, 문화 비평가를 꿈꾸는 분들에게도 작품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초반이 끝나면 심화반으로 가야죠. 심화반에서는 시놉시스 발전부터 대본 작업까지 실전 위주의 수업으로 갈 생각입니다. 기초반에서 다졌던 것을 바탕으로 바로 자기 글을 쓸 수 있게 잘 도울 생각입니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이 작가의 개성과 특성을 잘 파악해서, 그 특성에 맞게 방향성을 잘 잡아주는 것이거든요.
이 재능을 마음껏 나눠 볼 생각입니다.